✨라이츠에 문자통역 반영하기, 그 과정의 이야기
올해 7월, 목소리 내는 이들의 눈부신 모임 Lights(라이츠)를 시작했다. 약 1년 넘게 혐오이슈 뉴스레터를 보내며 우리의 일상에 더 도움이 될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약 7분과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알아낸 하나는 반복적인 혐오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냈을 때 분노・슬픔・무기력・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느끼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혐오문제’, ‘목소리 낸다', ‘비슷한 사람들'을 엮어 라이츠를 만들었다. 처음 오픈한 라이츠는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모든 게 처음이라 막막함을 마주하며 참여자 모집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를 고민 중인 분의 질문을 받았다.
“혹시 zoom 진행 시 속기(자막지원)도 지원되는지 궁금합니다!”
줌(zoom)은 말소리와 같은 음성언어 기반의 화상 회의 서비스인데, 이를 참여하기 위해선 음성언어를 시각언어인 문자로 통역해주는 ‘문자통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쉽게 말하자면 영상 밑에 나오는 자막 같은 것인데, 문자통역은 행사나 교육, 모임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것이다. 나 역시 여러 온라인 행사에서 문자통역이 없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지라 당연히 필요한 분이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필요한 분 미리 확인해서 문자통역(자막) 제공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질문을 해준 분을 실제로 라이츠 참여를 신청했고, 난 본격적으로 문자통역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업체 및 서비스를 찾았다.
그런데 질문은 예상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만났다. 문자통역 서비스 제공업체를 찾아 문의해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높았다. 업체들은 문자통역 서비스를 개인이 이용할 경우 시간당 2~3만 원 금액으로 제공하고 있었지만, 브랜드・기관 및 단체에서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시간당 10만 원 내외로 비용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기부금으로 개인들이 이용하는 문자통역 서비스엔 지원혜택이 있거나 애초에 개인과 브랜드 대상에 따라 수익구조가 다르게 설계된 듯했다. 더 찾아보니 문자통역 AI 서비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개인을 위한 것이었고 아직까지는 문자통역사인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 더 정확한 통역이 가능한 거 같았다. 이때부터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모어데즈가 브랜드이긴 하지만, 뉴스레터로는 수익을 내는 것은 전혀 없고 라이츠로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보려는 상황이었다. 라이츠는 소규모 모임이기에 수익엔 한계가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다른 일로 해서 번 돈・그동안 모아둔 돈을 조금씩 투자해 모어데즈를 굴리고 있었는데 문자통역비까지 고려하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라이츠를 한번 진행할 때 최소 2번의 줌-모임이 있는데 회당 1시간이라고 잡아도 문자통역 비용은 20만 원이다. 이때 참여자가 3명일 때는 매출이 27만 원. 문자통역비만 빼도 7만원이 남는다. 이를 서포터랑 수익을 공유하면 약 3만 원 남짓한 수익이 남는다. 이 일로 당연히 큰돈을 벌 생각은 안 했지만, 오래 해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익이 있기를 바랬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었나 기운이 빠졌다. 애초에 기획이 잘못된 거 같았고,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내게 나은 일이 아닐까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했다. 아이패드 빈 메모장을 켜고 ‘모어데즈의 존재이유', ‘내가 청각장애인・농인・청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브랜드가 문자통역을 제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적었다. 여기서 명확히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인 중심이라는 점, 문자통역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자체 지원도 적다는 것, 차별적인 구조 속에 모든 어려움이 청각장애인・농인・청력이 낮은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이에 라이츠에서만큼은 이 문제를 서로 인식하고 함께하는 모두가 이 문자통역 비용을 분담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의 참가비에서 5,000원을 높여 이를 문자통역 목적으로 활용해보기로 했고, 모어데즈와 서포터 역시 수익비중을 줄이고 비용을 분담하는 수익구조로 다시 세팅했다. 이 과정에서 서포터를 이해시키고, 참여자들 역시 공감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를 얼마전 오픈했다.
내게 조금 더 에너지가 있다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운동을 해보고 싶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줌(zoom)과 같은 화상 회의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 역시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장벽이 된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이다. 혐오가 일어나는 이유로 많은 이들은 ‘무지’를 말한다. ‘만난 적이 없기에', ‘서로 잘 모르기에' 타인을 쉽게 혐오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우리는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아직도 어렵다.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작은 마침표를 만들며 라이츠를 해나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혹시 ‘문자통역' 관해 함께 운동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메일(hello@moredazz.com) 연락주세요. 그리고 모어데즈와 협업할 문자통역사님을 찾고 있어요. 관심 있다면 구글폼을 작성해주세요. 그리고 문자통역에 대해 더 많은 정보나 이야기 알고 있다면, 문자통역이 필요한 당사자라면 언제든 이야기 전해주세요. 많이 듣고 계속 배울게요.
마지막으로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거쳐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가 오픈했어요! 관심있게 그리고 혹시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라이츠에 문자통역 반영하기, 그 과정의 이야기
올해 7월, 목소리 내는 이들의 눈부신 모임 Lights(라이츠)를 시작했다. 약 1년 넘게 혐오이슈 뉴스레터를 보내며 우리의 일상에 더 도움이 될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약 7분과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알아낸 하나는 반복적인 혐오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냈을 때 분노・슬픔・무기력・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느끼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혐오문제’, ‘목소리 낸다', ‘비슷한 사람들'을 엮어 라이츠를 만들었다. 처음 오픈한 라이츠는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모든 게 처음이라 막막함을 마주하며 참여자 모집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를 고민 중인 분의 질문을 받았다.
줌(zoom)은 말소리와 같은 음성언어 기반의 화상 회의 서비스인데, 이를 참여하기 위해선 음성언어를 시각언어인 문자로 통역해주는 ‘문자통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쉽게 말하자면 영상 밑에 나오는 자막 같은 것인데, 문자통역은 행사나 교육, 모임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것이다. 나 역시 여러 온라인 행사에서 문자통역이 없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지라 당연히 필요한 분이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필요한 분 미리 확인해서 문자통역(자막) 제공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질문을 해준 분을 실제로 라이츠 참여를 신청했고, 난 본격적으로 문자통역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업체 및 서비스를 찾았다.
그런데 질문은 예상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만났다. 문자통역 서비스 제공업체를 찾아 문의해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높았다. 업체들은 문자통역 서비스를 개인이 이용할 경우 시간당 2~3만 원 금액으로 제공하고 있었지만, 브랜드・기관 및 단체에서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시간당 10만 원 내외로 비용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기부금으로 개인들이 이용하는 문자통역 서비스엔 지원혜택이 있거나 애초에 개인과 브랜드 대상에 따라 수익구조가 다르게 설계된 듯했다. 더 찾아보니 문자통역 AI 서비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개인을 위한 것이었고 아직까지는 문자통역사인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 더 정확한 통역이 가능한 거 같았다. 이때부터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모어데즈가 브랜드이긴 하지만, 뉴스레터로는 수익을 내는 것은 전혀 없고 라이츠로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보려는 상황이었다. 라이츠는 소규모 모임이기에 수익엔 한계가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다른 일로 해서 번 돈・그동안 모아둔 돈을 조금씩 투자해 모어데즈를 굴리고 있었는데 문자통역비까지 고려하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라이츠를 한번 진행할 때 최소 2번의 줌-모임이 있는데 회당 1시간이라고 잡아도 문자통역 비용은 20만 원이다. 이때 참여자가 3명일 때는 매출이 27만 원. 문자통역비만 빼도 7만원이 남는다. 이를 서포터랑 수익을 공유하면 약 3만 원 남짓한 수익이 남는다. 이 일로 당연히 큰돈을 벌 생각은 안 했지만, 오래 해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익이 있기를 바랬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었나 기운이 빠졌다. 애초에 기획이 잘못된 거 같았고,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내게 나은 일이 아닐까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했다. 아이패드 빈 메모장을 켜고 ‘모어데즈의 존재이유', ‘내가 청각장애인・농인・청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브랜드가 문자통역을 제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적었다. 여기서 명확히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인 중심이라는 점, 문자통역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자체 지원도 적다는 것, 차별적인 구조 속에 모든 어려움이 청각장애인・농인・청력이 낮은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이에 라이츠에서만큼은 이 문제를 서로 인식하고 함께하는 모두가 이 문자통역 비용을 분담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의 참가비에서 5,000원을 높여 이를 문자통역 목적으로 활용해보기로 했고, 모어데즈와 서포터 역시 수익비중을 줄이고 비용을 분담하는 수익구조로 다시 세팅했다. 이 과정에서 서포터를 이해시키고, 참여자들 역시 공감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를 얼마전 오픈했다.
내게 조금 더 에너지가 있다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운동을 해보고 싶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줌(zoom)과 같은 화상 회의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 역시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장벽이 된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이다. 혐오가 일어나는 이유로 많은 이들은 ‘무지’를 말한다. ‘만난 적이 없기에', ‘서로 잘 모르기에' 타인을 쉽게 혐오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우리는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아직도 어렵다.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작은 마침표를 만들며 라이츠를 해나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혹시 ‘문자통역' 관해 함께 운동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메일(hello@moredazz.com) 연락주세요. 그리고 모어데즈와 협업할 문자통역사님을 찾고 있어요. 관심 있다면 구글폼을 작성해주세요. 그리고 문자통역에 대해 더 많은 정보나 이야기 알고 있다면, 문자통역이 필요한 당사자라면 언제든 이야기 전해주세요. 많이 듣고 계속 배울게요.
마지막으로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거쳐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가 오픈했어요! 관심있게 그리고 혹시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