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시간으로 삶의 어느 부분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 그리운 쟤에게 쓰는 유인의 편지


2022년 12월 9일 새벽, 애정하는 쟤가 하늘로 떠났습니다. 쟤는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용기있게 목소리 낸 사람이었고,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라이츠 서포터로 타인의 아픈 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응원하는 사람이었어요. 쟤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계신 곳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쟤에게



안녕하세요.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4주간 함께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눠 쟤와 꽤나 가깝다고 느끼고 있는 유인입니다. 각자의 인생뿐이 살지 못하기에 세상이 정해놓은 아픔의 정도로는 타인에게 위로받지 못하지요. 그저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아픔이 낫는 수밖에 없기에 저는 그동안 제 아픔을 나누는 것도 타인의 아픔을 듣는 것도 꺼려 왔어요. 알량한 위로를 건네는 저의 모습도 위선적이고, 저를 알고 동정할 것 같은 마음도 버거워서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하게 된 라이츠에서 쟤를 만났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속에서 쟤의 아픔은 아무래도 눈에 띄었어요. 글과 말에서 어렴풋이 묻어나는 나이도 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쓰였습니다. 쟤의 글을 읽고 제 글에 쟤가 단 댓글을 읽으며 아픔은 나누는 일을 터부시했던 것은 오롯이 나의 안위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글에서, 줌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쟤의 눈빛과 말로 그저 나누는 것만으로 꽤 많은 것들이 해소된다는 걸 알았어요. 쟤와 함께한 시간으로 저는 남은 삶 어느 부분은 완전히 다르게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마지막 줌 모임에서 좀 더 강하고 확실하게 이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어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전해진다는 마음에 확신을 갖고 이렇게라도 전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더욱 힘내서 살겠습니다.



유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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