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 서포터 사월날씨 interview
✦ 사월날씨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에세이스트 사월날씨입니다. ‹결혼 고발›과 ‹서른에 얻은 말과 버린 말›을 썼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수치심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고 ❬수치심 워크샵❭을 운영해요.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 다뤄 나다운 자유로움을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개인의 마음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해석하는 중요한 일을 해주고 있군요. 사월날씨 이름을 줄여서 ‘사날'이라고 불러볼게요. 사날,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게 뭐예요?
요즘 공간을 꾸미는데 빠져있어요. 새롭게 작업실 겸 사무실을 구했거든요. 나만의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공간인데요.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마음을 만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시간과 비용, 에너지 등 여러 제약조건이 있지만 내가 지향하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공간으로 표현해내는 게 무척 흥미로운 일이에요.
✦ 저는 그 작업실에 초대받아서 갔었잖아요.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소파, 생기있는 그림까지 사람들을 환영하는 느낌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어요. 그럼 사날은 일상의 어떤 순간에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껴요?
수치심은 돌아보아야 알아채져요. 수치심 ‘때문에' 갖게 되는 감정들은 다양해요.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얼마 전에는 분노로 나타난 적이 있어요. 새로 얻은 작업실의 확정일자를 안 받았다는 사실을 집주인의 문자로 깨달은 날이었어요. 보통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두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전입신고만 한 거예요. 문자를 받고는 집주인에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처리했어야 깔끔한데 그 완벽한 상이 깨어졌다는 느낌에 또 화가 났어요. 확정일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의 상황에서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지만 이걸 한 달 늦게 받는 게 당장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거든요. 그런데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금이 갔다는 데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았어요. 깨어진 구슬을 보면서, 그리고 깨진 구슬에 반사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화가 난 제 모습을 되돌아봤죠.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알아채기는 쉽지 않아요. 꺼림칙한 뭔가가 내 안에서 건드려지는 듯한 느낌에 방어적으로 굴고 감정이 치솟거나 한없이 가라앉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나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렇게 불편했을까?’하고 돌아보면서 마음을 한겹 한겹 벗겨내다가 수치심을 마주하게 되는거죠. 제게는 이상적인 자아상이 있고 그게 만족되지 않을 때마다 마음 깊숙한 곳의 수치심이 건드려져요.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야. 완벽해야 해. 부족함을 드러내면 안 돼' 요새는 좀 더 빨리 수치심을 알아채고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혹시 그 아래에 수치심이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사적으로 자문하거든요. 들켰다・드러났다・깨어졌다는 느낌, 어찌할 바를 몰라 모든게 멈추는 느낌이 저의 수치심 반응인데, 이걸 알고 있으면 지금 감정이 수치심과 연관되었다는 걸 알아차리기 쉬워요.
✦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려져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거 같아요. 어떻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수치심의 개념을 마주하고 이것이 많은 괴로움을 설명해준다고 느꼈어요. 나라는 존재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거구나 하고요.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맞추려고 과하게 노력하는 점, 나를 증명해내기 위해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성취에 집착하는 점, 거절에 민감하고 우열을 나누고 인정을 받아야만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점 등이 수치심으로 이해됐어요. 그걸 알게 되는데 마음이 힘들면서도 한편으로 짜릿했고요.
✦ 내 수치심을 알고난 후 달라진게 있나요?
수치심을 처음 발견하고는 세상만사, 개인만사를 수치심과 연관시키곤 했는데 요즘은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요. 일상에서 괴로운 감정이 들었을 때 이게 수치심 때문인지 점검해보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예요. 저의 많은 괴로움이 수치심과 연관되어있고 그걸 알고 나면 감정이 쉬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수치심이라는 필터로 보면 생각과 감정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에요. 나를 들여다보는 좋은 도구인 셈이죠.
✦ 지금 수치심 관한 에세이를 쓰고 ❬수치심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나를 수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더 많이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혼자서 고통스러운 감각을 대면하고 파헤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조사하고 생각한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친구와 함께 워크샵을 열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수치심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크게 받았고, 참가자들이 응원을 받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수치심을 바라보게 되는 모습이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워크샵 열기를 잘했구나 싶었죠.
✦ 수치심으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롭게 깨닫거나 배운 게 있을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워크샵 참가자들의 후기를 들으며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도 수치심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워크샵에서 나눈 대화와 마음들이 일상의 나를 지켜줄 거라는 이야기, 수치심을 다루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 도망치지 않고 수치심을 마주하는 연습을 했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수치심의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는 이야기, 타인의 취약성을 만나면 애정이 생긴다는 이야기까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심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는 고백이 마음 깊이 남아있어요.
✦ 후기가 정말 뭉클해요. 이런 경험을 만든 사날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거 같아요. 한편 수치심은 사회적인 감정이기도 하잖아요. 때문에 내가 나라는 이유로 쉽게 혐오를 마주하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한 거 같아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특히 이 감정을 깊이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약자성을 가진 사람들, 약자성을 깊이 느끼는 사람들이요. 수치심은 마이너 필링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마이너 필링스'는 캐시 박 홍 작가의 책 제목인데요. 사회적 약자가 갖는 소수자적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소수자는 존재에 대한 부족함과 부적절감을 사회 안에서 느끼기 쉽잖아요. 평가 기준 자체가 구조적으로 약자에 불리하게 짜여있으니까요. 지금 우리는 약자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어요. 때로는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죠.
수치심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의식하는 감정이에요. 마주앉은 상대를 바라볼 때도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수치심은 거절에 민감하게 만들기 때문에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신경쓰는 것인데요. 이런 점이 사회 안에서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고 외부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수자의 특성과 연결되기도 해요.
✦ 사날이 생각하기에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이 개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거 같나요?
비교와 혐오. 사회는 여러가지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재단해서 줄을 세워요. 그러면 뒤로 밀려나는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고 밀려나는 사람들은 ‘내가 부족해서,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며 자괴감과 열등감을 갖게 돼요. 하지만 한 개인이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나를 부족하게 여기는 수치심은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럼 사날은 언제 글을 써요? 사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제가 ‘자의적 해석'을 어려워하는데요. 이것도 수치심에서 비롯돼요. 누가봐도 객관적이고 ‘맞는' 기준으로만 나를 평가해야 한다고 여기니까 내 삶을 아주 빡빡한 기준으로만 보게 되고 많은 걸 실패로 여기며 지내왔어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주관적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요. 내 마음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나라는 점들을 선으로 잇는 것이죠. 스스로의 기준으로 나와 나의 삶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재구성하는 건 내가 삶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을 줘요.
✦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이 라이츠가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왜 필요할까요?
수치심은 숨어있는 감정인데다 수치심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약점이나 부끄러운 일로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는 주제가 아니예요. 심지어 나 혼자라 해도 자신의 수치심을 들여다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고통스러운 감각이니까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이 수치심이에요. 수치심은 깊이 숨겨져 있는 만큼 본질적인 감정이고요. 나의 괴로움을 수치심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살펴보는 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되어줄 수 있어요. 수치심을 인식하는 건 수치심에서 자유로워지는 첫 걸음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라면 나의 수치심을 알아가는 발걸음을 내딛어볼 수 있을 거예요.
✦ 라이츠를 준비하며 어떤 부분을 신경썼어요?
먼저 수치심이라는 개념이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수치심이 어떤 감정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으며 시작하려고 해요. 그리고 수치심을 만드는 사회적인 요인과 개인적인 요인을 통합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가져온 나만의 힘, 수치심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운 힘과 자원을 떠올리고 그걸 활용해 수치심을 다루어나갈 나만의 전략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가 버겁고 괴로운 사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나를 끝없이 채워가야 할 것 같아 막막한 사람, 나는 어딘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보다 나에게 엄격하고 비판적인 사람이요.
✦ 라이츠를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나와 타인의 수치심을 이해함으로써 좀 더 넓고 깊게 보고 수치심에 대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태도를 갖게 되는 것.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용기를 낸 분들이 오시겠죠. 스피커들이 애써 가져온 용기를 북돋는 서포터가 되고 싶어요.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있는 힘껏 나를 이해하는 경험을 서로에 기대어 함께 해나가 보아요!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라이츠 (링크)
나의 수치심을 글로 쓰고, 타인의 수치심을 읽고 나눠요
✨ 함께한 사람들
• 인터뷰이・서포터 : 사월날씨 @aprilweathery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 사진 : 무수 @musu.here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 서포터 사월날씨 interview
✦ 사월날씨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에세이스트 사월날씨입니다. ‹결혼 고발›과 ‹서른에 얻은 말과 버린 말›을 썼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수치심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고 ❬수치심 워크샵❭을 운영해요.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 다뤄 나다운 자유로움을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개인의 마음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해석하는 중요한 일을 해주고 있군요. 사월날씨 이름을 줄여서 ‘사날'이라고 불러볼게요. 사날,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게 뭐예요?
요즘 공간을 꾸미는데 빠져있어요. 새롭게 작업실 겸 사무실을 구했거든요. 나만의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공간인데요.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마음을 만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시간과 비용, 에너지 등 여러 제약조건이 있지만 내가 지향하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공간으로 표현해내는 게 무척 흥미로운 일이에요.
✦ 저는 그 작업실에 초대받아서 갔었잖아요.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소파, 생기있는 그림까지 사람들을 환영하는 느낌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어요. 그럼 사날은 일상의 어떤 순간에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껴요?
수치심은 돌아보아야 알아채져요. 수치심 ‘때문에' 갖게 되는 감정들은 다양해요.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얼마 전에는 분노로 나타난 적이 있어요. 새로 얻은 작업실의 확정일자를 안 받았다는 사실을 집주인의 문자로 깨달은 날이었어요. 보통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두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전입신고만 한 거예요. 문자를 받고는 집주인에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처리했어야 깔끔한데 그 완벽한 상이 깨어졌다는 느낌에 또 화가 났어요. 확정일자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의 상황에서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지만 이걸 한 달 늦게 받는 게 당장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거든요. 그런데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금이 갔다는 데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았어요. 깨어진 구슬을 보면서, 그리고 깨진 구슬에 반사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화가 난 제 모습을 되돌아봤죠.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알아채기는 쉽지 않아요. 꺼림칙한 뭔가가 내 안에서 건드려지는 듯한 느낌에 방어적으로 굴고 감정이 치솟거나 한없이 가라앉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나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렇게 불편했을까?’하고 돌아보면서 마음을 한겹 한겹 벗겨내다가 수치심을 마주하게 되는거죠. 제게는 이상적인 자아상이 있고 그게 만족되지 않을 때마다 마음 깊숙한 곳의 수치심이 건드려져요.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야. 완벽해야 해. 부족함을 드러내면 안 돼' 요새는 좀 더 빨리 수치심을 알아채고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혹시 그 아래에 수치심이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사적으로 자문하거든요. 들켰다・드러났다・깨어졌다는 느낌, 어찌할 바를 몰라 모든게 멈추는 느낌이 저의 수치심 반응인데, 이걸 알고 있으면 지금 감정이 수치심과 연관되었다는 걸 알아차리기 쉬워요.
✦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려져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거 같아요. 어떻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수치심의 개념을 마주하고 이것이 많은 괴로움을 설명해준다고 느꼈어요. 나라는 존재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거구나 하고요.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맞추려고 과하게 노력하는 점, 나를 증명해내기 위해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성취에 집착하는 점, 거절에 민감하고 우열을 나누고 인정을 받아야만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점 등이 수치심으로 이해됐어요. 그걸 알게 되는데 마음이 힘들면서도 한편으로 짜릿했고요.
✦ 내 수치심을 알고난 후 달라진게 있나요?
수치심을 처음 발견하고는 세상만사, 개인만사를 수치심과 연관시키곤 했는데 요즘은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요. 일상에서 괴로운 감정이 들었을 때 이게 수치심 때문인지 점검해보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예요. 저의 많은 괴로움이 수치심과 연관되어있고 그걸 알고 나면 감정이 쉬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수치심이라는 필터로 보면 생각과 감정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에요. 나를 들여다보는 좋은 도구인 셈이죠.
✦ 지금 수치심 관한 에세이를 쓰고 ❬수치심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나를 수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더 많이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혼자서 고통스러운 감각을 대면하고 파헤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조사하고 생각한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친구와 함께 워크샵을 열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수치심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크게 받았고, 참가자들이 응원을 받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수치심을 바라보게 되는 모습이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워크샵 열기를 잘했구나 싶었죠.
✦ 수치심으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롭게 깨닫거나 배운 게 있을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워크샵 참가자들의 후기를 들으며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도 수치심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워크샵에서 나눈 대화와 마음들이 일상의 나를 지켜줄 거라는 이야기, 수치심을 다루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 도망치지 않고 수치심을 마주하는 연습을 했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수치심의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는 이야기, 타인의 취약성을 만나면 애정이 생긴다는 이야기까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심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는 고백이 마음 깊이 남아있어요.
✦ 후기가 정말 뭉클해요. 이런 경험을 만든 사날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거 같아요. 한편 수치심은 사회적인 감정이기도 하잖아요. 때문에 내가 나라는 이유로 쉽게 혐오를 마주하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한 거 같아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특히 이 감정을 깊이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약자성을 가진 사람들, 약자성을 깊이 느끼는 사람들이요. 수치심은 마이너 필링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마이너 필링스'는 캐시 박 홍 작가의 책 제목인데요. 사회적 약자가 갖는 소수자적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소수자는 존재에 대한 부족함과 부적절감을 사회 안에서 느끼기 쉽잖아요. 평가 기준 자체가 구조적으로 약자에 불리하게 짜여있으니까요. 지금 우리는 약자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어요. 때로는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죠.
수치심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의식하는 감정이에요. 마주앉은 상대를 바라볼 때도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수치심은 거절에 민감하게 만들기 때문에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신경쓰는 것인데요. 이런 점이 사회 안에서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고 외부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수자의 특성과 연결되기도 해요.
✦ 사날이 생각하기에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이 개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거 같나요?
비교와 혐오. 사회는 여러가지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재단해서 줄을 세워요. 그러면 뒤로 밀려나는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고 밀려나는 사람들은 ‘내가 부족해서,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며 자괴감과 열등감을 갖게 돼요. 하지만 한 개인이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나를 부족하게 여기는 수치심은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럼 사날은 언제 글을 써요? 사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제가 ‘자의적 해석'을 어려워하는데요. 이것도 수치심에서 비롯돼요. 누가봐도 객관적이고 ‘맞는' 기준으로만 나를 평가해야 한다고 여기니까 내 삶을 아주 빡빡한 기준으로만 보게 되고 많은 걸 실패로 여기며 지내왔어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주관적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요. 내 마음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나라는 점들을 선으로 잇는 것이죠. 스스로의 기준으로 나와 나의 삶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재구성하는 건 내가 삶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을 줘요.
✦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 라이츠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이 라이츠가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왜 필요할까요?
수치심은 숨어있는 감정인데다 수치심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약점이나 부끄러운 일로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는 주제가 아니예요. 심지어 나 혼자라 해도 자신의 수치심을 들여다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고통스러운 감각이니까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이 수치심이에요. 수치심은 깊이 숨겨져 있는 만큼 본질적인 감정이고요. 나의 괴로움을 수치심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살펴보는 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되어줄 수 있어요. 수치심을 인식하는 건 수치심에서 자유로워지는 첫 걸음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라면 나의 수치심을 알아가는 발걸음을 내딛어볼 수 있을 거예요.
✦ 라이츠를 준비하며 어떤 부분을 신경썼어요?
먼저 수치심이라는 개념이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수치심이 어떤 감정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으며 시작하려고 해요. 그리고 수치심을 만드는 사회적인 요인과 개인적인 요인을 통합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가져온 나만의 힘, 수치심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운 힘과 자원을 떠올리고 그걸 활용해 수치심을 다루어나갈 나만의 전략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가 버겁고 괴로운 사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나를 끝없이 채워가야 할 것 같아 막막한 사람, 나는 어딘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보다 나에게 엄격하고 비판적인 사람이요.
✦ 라이츠를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나와 타인의 수치심을 이해함으로써 좀 더 넓고 깊게 보고 수치심에 대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태도를 갖게 되는 것.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용기를 낸 분들이 오시겠죠. 스피커들이 애써 가져온 용기를 북돋는 서포터가 되고 싶어요.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있는 힘껏 나를 이해하는 경험을 서로에 기대어 함께 해나가 보아요!
🏡수치심으로부터 나 글쓰기✨라이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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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 사진 : 무수 @musu.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