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쓰고 대화해요〉 라이츠 서포터 사날 인터뷰
✦ 사날 반가워요! 작년 10월, 라이츠 같이 만들었는데 올해도 함께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 반가워요. 그동안 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책을 출간했어요. <수치심 탐구 생활>이라는 제목이에요.
✦ 작년부터 말했던 책 <수치심 탐구 생활>이 드디어 나왔어요! 너무 축하해요! 새 책이 나왔는데 어때요?
이전에 책을 냈던 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다른 점이라면, 책 리뷰를 읽으면서 자꾸 울 것 같다는 점이에요. 작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컥해요. 주로 ‘나도 그렇다’, ‘몰랐던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리뷰들에 특히 그래요. 수치심으로 괴로운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당신도 나처럼 힘들었군요’ 하는 마음에 그런가봐요. 첫 책인 <결혼 고발>을 내고 비슷한 반응을 받았을 때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컸고 감정적인 동요는 없었거든요. 주제 특성도 있겠지만 그때는 글에 나온 시절을 지나온 것이라면 지금은 여전히 수치심의 한복판에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어져요.
✦ 이 책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관한 심리학 책이자 수치심을 느끼는 사날의 진솔한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책으로 자신의 수치심을 돌아보고 적고 말했는데 그 후 달라진 게 있을까요?
눈에 안 보일지 몰라도 많은 게 달라졌어요. 우선 내가 수치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 셈이 되었는데요. 그게 신기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 나의 머뭇대는 모습, 능숙하지 못한 면, 허술하고 서툴고 부족한 점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랄까요. 그런 모습을 보여도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기보다는, 그보다 전 단계에서 애초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옵션이 생겨난 거예요. ‘이상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숨통을 틔워줘요. 말이 안 되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에게는 그런 옵션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여겨왔거든요. 완벽하고 딱 떨어지고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단 하나의 선택지가 있고, 그걸 충족시키지 못하면 나는 실패하는 셈이었죠.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딘가 이상한데 그걸 숨겨야 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이런 인식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됐어요. 매 순간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지치지 않을 리가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죠. 아직 멀었지만, 어깨에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배드민턴을 칠 때도 어깨에 힘을 과하게 줘서 금방 어깨가 뻐근해지거든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어깨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는 거죠. 아직 힘을 다 빼지는 못했지만 힘을 빼는 게 좋겠어, 라고 생각하게 된 게 제게는 소중한 변화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괴로운 순간들 있잖아요. 그럴 때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추상적인 자책을 하거나 아니면 그 속을 들추어 보기 두려워하면서 그냥 괴로운 감정만 갖고 괴로워할 뿐이었는데 나의 괴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글로 속속들이 파헤치고 나니 나만의 프로세스가 생긴 기분이에요. 괴로운 마음이 들었을 때 그걸 소화시키는 법을 알게 됐어요. 내가 왜 괴로운지를 분석하고 스스로 납득하고 나면 훨씬 가벼워져요. 나에 대한 분석이 도달하는 지점은 대개 비슷하거든요. 인정받고 싶어서,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해서, 나를 부족하게 느껴서. 결국 그거였구나, 알고 나면 한결 편해져요. 제가 쓴 글로 제가 가장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건 대부분의 글쓰기가 갖는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 이 책을 바탕으로 ‘수치심을 쓰고 말해요’ 라이츠를 만들었잖아요.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요?
수치심을 들여다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의 성격도 그렇지만 개념 자체도 생소할 수 있습니다. 수치심이라는 단어로 접근했을 때 무언가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누구든 어렵지 않게 내 마음으로의 탐구를 시작할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라이츠를 구성했어요. 내 속에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무언가는 수치심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때 나는 나를 어떻게 느꼈을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내 안에 어떤 메시지가 들어앉아 나를 평가하고 있던 걸까. 이들을 차례로 탐구해 나가다 보면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를 이해하고 나면 스스로 향하고픈 방향을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같이 라이츠에서 나눌 질문을 구상했잖아요. 이 질문을 정리하며 저도 스피커로 참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더라고요. 이 대화를 나누고 나면 우린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궁금해요.
수치심은 나에 대한 나의 평가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에게 모진 말을 던지고 가혹하게 굴고 평가절하하게 만들죠. 내가 나를 어떤 무기로 괴롭히고 있는지를 수치심 탐구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말하고 쓴다는 건 나를 정돈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정돈된 마음은 좀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고요. 이리저리 엉켜있는 마음도 밖으로 꺼내면 ‘나한테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내가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구나’ 하고 알아주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과정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과정일 수 있고요. 그러고 나면 내 마음의 구석진 곳에서 어두운 기운을 풍기고 있던 한 구석을 양지로 내놓고 햇볕을 쬐게 만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서포터로 가장 기대되는 건 뭔가요?
어떤 스피커들을 만나게 될지가 가장 기대돼요. 우리의 수치심은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거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또 서로 다른 부분도 있는데요. 비슷한 수치심을 만나면 반가움과 안심을 얻고, 다른 수치심을 만나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수치심의 구체적인 이야기, 수치심의 자세한 얼굴을 마주하는 건 누군가의 깊은 마음속 지형을 만져보는 기분이니까요. 스피커들을 만날 날이 무척 기대됩니다.
✦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내 안의 불편한 마음, 찜찜한 마음, 어두운 마음, 들춰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렇지만 아주 무시해버릴 수 없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함께라는 힘으로 같이 쓰고 말해봐요. 함께라면 좀 더 용감해질 수 있고, 자아탐구의 괴로움이 짜릿함과 충만감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나를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로서 수치심을 만나봅시다. 나를 가두는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요.
🏡수치심 쓰고 대화해요✨라이츠 (링크)
당신과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수치심을 쓰고 말하고 대화 나눠봐요
수치심을 사회적으로 해석하며
나의 수치심을 알아차리고 이해해요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사날 @aprilweathery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수치심 쓰고 대화해요〉 라이츠 서포터 사날 인터뷰
✦ 사날 반가워요! 작년 10월, 라이츠 같이 만들었는데 올해도 함께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 반가워요. 그동안 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책을 출간했어요. <수치심 탐구 생활>이라는 제목이에요.
✦ 작년부터 말했던 책 <수치심 탐구 생활>이 드디어 나왔어요! 너무 축하해요! 새 책이 나왔는데 어때요?
이전에 책을 냈던 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다른 점이라면, 책 리뷰를 읽으면서 자꾸 울 것 같다는 점이에요. 작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컥해요. 주로 ‘나도 그렇다’, ‘몰랐던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리뷰들에 특히 그래요. 수치심으로 괴로운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당신도 나처럼 힘들었군요’ 하는 마음에 그런가봐요. 첫 책인 <결혼 고발>을 내고 비슷한 반응을 받았을 때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컸고 감정적인 동요는 없었거든요. 주제 특성도 있겠지만 그때는 글에 나온 시절을 지나온 것이라면 지금은 여전히 수치심의 한복판에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어져요.
✦ 이 책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관한 심리학 책이자 수치심을 느끼는 사날의 진솔한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책으로 자신의 수치심을 돌아보고 적고 말했는데 그 후 달라진 게 있을까요?
눈에 안 보일지 몰라도 많은 게 달라졌어요. 우선 내가 수치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 셈이 되었는데요. 그게 신기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 나의 머뭇대는 모습, 능숙하지 못한 면, 허술하고 서툴고 부족한 점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랄까요. 그런 모습을 보여도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기보다는, 그보다 전 단계에서 애초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옵션이 생겨난 거예요. ‘이상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숨통을 틔워줘요. 말이 안 되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에게는 그런 옵션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여겨왔거든요. 완벽하고 딱 떨어지고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단 하나의 선택지가 있고, 그걸 충족시키지 못하면 나는 실패하는 셈이었죠.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딘가 이상한데 그걸 숨겨야 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이런 인식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됐어요. 매 순간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지치지 않을 리가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죠. 아직 멀었지만, 어깨에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배드민턴을 칠 때도 어깨에 힘을 과하게 줘서 금방 어깨가 뻐근해지거든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어깨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는 거죠. 아직 힘을 다 빼지는 못했지만 힘을 빼는 게 좋겠어, 라고 생각하게 된 게 제게는 소중한 변화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괴로운 순간들 있잖아요. 그럴 때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추상적인 자책을 하거나 아니면 그 속을 들추어 보기 두려워하면서 그냥 괴로운 감정만 갖고 괴로워할 뿐이었는데 나의 괴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글로 속속들이 파헤치고 나니 나만의 프로세스가 생긴 기분이에요. 괴로운 마음이 들었을 때 그걸 소화시키는 법을 알게 됐어요. 내가 왜 괴로운지를 분석하고 스스로 납득하고 나면 훨씬 가벼워져요. 나에 대한 분석이 도달하는 지점은 대개 비슷하거든요. 인정받고 싶어서,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해서, 나를 부족하게 느껴서. 결국 그거였구나, 알고 나면 한결 편해져요. 제가 쓴 글로 제가 가장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건 대부분의 글쓰기가 갖는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 이 책을 바탕으로 ‘수치심을 쓰고 말해요’ 라이츠를 만들었잖아요.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요?
수치심을 들여다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의 성격도 그렇지만 개념 자체도 생소할 수 있습니다. 수치심이라는 단어로 접근했을 때 무언가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누구든 어렵지 않게 내 마음으로의 탐구를 시작할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라이츠를 구성했어요. 내 속에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무언가는 수치심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때 나는 나를 어떻게 느꼈을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내 안에 어떤 메시지가 들어앉아 나를 평가하고 있던 걸까. 이들을 차례로 탐구해 나가다 보면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를 이해하고 나면 스스로 향하고픈 방향을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같이 라이츠에서 나눌 질문을 구상했잖아요. 이 질문을 정리하며 저도 스피커로 참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더라고요. 이 대화를 나누고 나면 우린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궁금해요.
수치심은 나에 대한 나의 평가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에게 모진 말을 던지고 가혹하게 굴고 평가절하하게 만들죠. 내가 나를 어떤 무기로 괴롭히고 있는지를 수치심 탐구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말하고 쓴다는 건 나를 정돈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정돈된 마음은 좀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고요. 이리저리 엉켜있는 마음도 밖으로 꺼내면 ‘나한테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내가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구나’ 하고 알아주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과정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과정일 수 있고요. 그러고 나면 내 마음의 구석진 곳에서 어두운 기운을 풍기고 있던 한 구석을 양지로 내놓고 햇볕을 쬐게 만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서포터로 가장 기대되는 건 뭔가요?
어떤 스피커들을 만나게 될지가 가장 기대돼요. 우리의 수치심은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거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또 서로 다른 부분도 있는데요. 비슷한 수치심을 만나면 반가움과 안심을 얻고, 다른 수치심을 만나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수치심의 구체적인 이야기, 수치심의 자세한 얼굴을 마주하는 건 누군가의 깊은 마음속 지형을 만져보는 기분이니까요. 스피커들을 만날 날이 무척 기대됩니다.
✦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내 안의 불편한 마음, 찜찜한 마음, 어두운 마음, 들춰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렇지만 아주 무시해버릴 수 없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함께라는 힘으로 같이 쓰고 말해봐요. 함께라면 좀 더 용감해질 수 있고, 자아탐구의 괴로움이 짜릿함과 충만감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나를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로서 수치심을 만나봅시다. 나를 가두는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요.
🏡수치심 쓰고 대화해요✨라이츠 (링크)
당신과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수치심을 쓰고 말하고 대화 나눠봐요
수치심을 사회적으로 해석하며
나의 수치심을 알아차리고 이해해요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사날 @aprilweathery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