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26일, <수치심 쓰고 대화해요> 라이츠에서 함께한 순간을 나눕니다

수치심을 나누면
서로를 응원하고 싶어져요
✍️ 라이츠 서포터 사날
“선풍기 바람인 걸 알지만 저 창문으로 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요.”
라이츠를 하던 도중 무수가 이렇게 말했을 때 우리는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웃음 속에는 지금이라는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공감과 안도와 찰나의 행복이 들어있었어요. 그곳에는 우리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배타적이지만 누구라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웃었을 거라는 점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은 웃음이었습니다. 여름을 향해 가는 어느 금요일 밤에 하루치의 바쁨을 겨우 끝내고 둘러앉은 사람들이 바로 그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낮은 조도의 조명과 낮게 깔린 음악 사이로 나를 알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공책에 나를 슥슥 쓰고 쓴 글을 읽고 듣고 바라보고 말하면서 선풍기 바람을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초여름 밤바람으로 바꾸었다고, 그리고 함께 그걸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수치심을 말하고 듣고 나눈다는 건 신기한 공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때만큼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도 이해받지 못할 것도 없고, 습관처럼 하던 판단과 평가도 사라지고, 모든 걸 제쳐두고 앞에 앉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이야기에 몰두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수치심을 나누고 나서는 자꾸만 서로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거겠죠. 마음에 가시처럼 걸린 일에 대해 스스로 다르게 해석하여 말하는 라이츠의 마지막 순간에 저는 이 말들이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깊이 박힐 것이라고 장담했어요. 내가 뱉은 무엇은 그게 글이든 말이든 눈빛이든 웃음이든 내 주위를 떠나지 않은 채 나를 감싸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다짐을 듣는 게 참 좋습니다. 당장 그대로 되지 않아도 그 말이 자신을 지키고 또 그걸 들은 사람들을 나쁜 말들로부터 지키게 되니까요.

‘그러게, 우리 정말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나와 같은 수치심을 다른 이의 언어로 들으며, 또 그의 다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존재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갖는 사람들을 만나는 반가움에는 나의 고립된 이야기로만 여겼던 것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을 때의 가벼워짐이 있어요. 나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치심을 탐구하는 일은요. 나와 환경과 사회를 어떻게 해석할지, 어떤 이야기를 나의 서사에 어떤 방식으로 편입시킬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그도 나처럼 조금쯤 가벼워졌다고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배타적이지만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거품 속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들이 해석과 결정을 내리는 순간을 목도하며 저 또한 분명 답을 찾아나갈 테니까요.
모두가 수치심을 느낀다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 서포터의 서포터 무수

라이츠에 하나둘 스피커들이 모였어요. 다들 서포터 사날의 책인 <수치심 탐구 생활>과 노트, 펜을 꺼냈어요. 사날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그다음으로 각자의 수치심을 적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10분 동안 내 수치심 쓰고 읽는 경험을 함께했는데요. 하기 전까지는 짧은 시간 동안 뭘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꽤 많은 걸 적을 수 있더라고요. 특히 시간제한이 있어서 더욱 검열이나 판단없이 생각나는대로 후루룩 적게 되는거 같았어요. 쓰는 시간을 지나 자신이 쓴 글을 읽었는데요. 내 이야기를 읽는 것이기에 그때의 마음이 말소리로 입체적으로 전해졌어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할 때 그 사람의 어감이나 어투를 살린다든지, 어떤 문장에서 멈춰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목소리가 조금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지, 고요하게 가라앉았던 글이 낭독을 통해 살아나는 순간이었어요. 스스로도 글을 쓸 때는 차분하게 적었는데 낭독하니 그때의 마음이 느껴져서 자주 멈춰 울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했죠. 그리고 느꼈어요. 안전한 공간, 경청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한 경험이라는 걸 말이죠.


이번 라이츠를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상태를 부끄럽게 여기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요. 수치심을 느끼는 순간들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능력'에 대한 부분을 말했어요. 실제로 차별금지법에는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허나 우리 사회는 어릴 적부터 좋은 대학을 위해 달려가게 만들고, 좋은 학력을 취득하면 그것으로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으며 평생 인정받을거라 이야기합니다. 이는 능력으로 누군가를 차별해도 된다 혹은 차별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죠. 허나 라이츠에서 우리 모두가 능력에 대한 판단・평가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모습을 마주하며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라고 말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인정받기를, 일하지 않아도 일을 못해도 살아갈 수 있기를, 능력을 곧 자신의 존재가치로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서로 수치심을 말하고 듣고 공감한 이 시간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어요.

그때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창밖은 어두운데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 주변으로 노란 조명이 빛나고 창밖의 차소리가 백색소음처럼 퍼지며 조용히 돌아가는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선선한 밤바람이 볼과 팔을 스쳐가는 그때, 고개를 들어보니 골똘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들이 보였어요. 여기 내가 함께 있어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영원히 이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이토록 또렷하게 반짝이는 기억 덕분에 계속해서 라이츠의 빛은 켜질 거예요.
함께한 스피커들의 짧은 후기도 나눠요💌

“누구에게도 발화하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었던 라이츠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 시간을 통해 마음에 계속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도망치지 말고 잠시 멈추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배움을 얻었어요.”
“쓰고 낭독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낭독의 힘을 느꼈네요 ㅎㅎ 수치심이란 걸 알고나니 별 거 아니구나, 내가 핸들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물론 사회적인 영향도 있기 때문에 내가 거기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그걸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봐요.”
“상대를 재단하지 않는 안전한 사람들! 진심으로 이야길 듣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저녁 시간과 아늑한 공간의 분위기 덕분에 긴장감이 빨리 풀어질 수 있었어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겠구나, 그리고 조금 더 주변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23년 5월 26일, <수치심 쓰고 대화해요> 라이츠에서 함께한 순간을 나눕니다
수치심을 나누면
서로를 응원하고 싶어져요
✍️ 라이츠 서포터 사날
“선풍기 바람인 걸 알지만 저 창문으로 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요.”
라이츠를 하던 도중 무수가 이렇게 말했을 때 우리는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웃음 속에는 지금이라는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공감과 안도와 찰나의 행복이 들어있었어요. 그곳에는 우리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배타적이지만 누구라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웃었을 거라는 점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은 웃음이었습니다. 여름을 향해 가는 어느 금요일 밤에 하루치의 바쁨을 겨우 끝내고 둘러앉은 사람들이 바로 그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낮은 조도의 조명과 낮게 깔린 음악 사이로 나를 알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공책에 나를 슥슥 쓰고 쓴 글을 읽고 듣고 바라보고 말하면서 선풍기 바람을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초여름 밤바람으로 바꾸었다고, 그리고 함께 그걸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수치심을 말하고 듣고 나눈다는 건 신기한 공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때만큼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것도 이해받지 못할 것도 없고, 습관처럼 하던 판단과 평가도 사라지고, 모든 걸 제쳐두고 앞에 앉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이야기에 몰두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수치심을 나누고 나서는 자꾸만 서로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거겠죠. 마음에 가시처럼 걸린 일에 대해 스스로 다르게 해석하여 말하는 라이츠의 마지막 순간에 저는 이 말들이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깊이 박힐 것이라고 장담했어요. 내가 뱉은 무엇은 그게 글이든 말이든 눈빛이든 웃음이든 내 주위를 떠나지 않은 채 나를 감싸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다짐을 듣는 게 참 좋습니다. 당장 그대로 되지 않아도 그 말이 자신을 지키고 또 그걸 들은 사람들을 나쁜 말들로부터 지키게 되니까요.
‘그러게, 우리 정말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나와 같은 수치심을 다른 이의 언어로 들으며, 또 그의 다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존재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갖는 사람들을 만나는 반가움에는 나의 고립된 이야기로만 여겼던 것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을 때의 가벼워짐이 있어요. 나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치심을 탐구하는 일은요. 나와 환경과 사회를 어떻게 해석할지, 어떤 이야기를 나의 서사에 어떤 방식으로 편입시킬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그도 나처럼 조금쯤 가벼워졌다고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배타적이지만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거품 속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들이 해석과 결정을 내리는 순간을 목도하며 저 또한 분명 답을 찾아나갈 테니까요.
모두가 수치심을 느낀다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 서포터의 서포터 무수
라이츠에 하나둘 스피커들이 모였어요. 다들 서포터 사날의 책인 <수치심 탐구 생활>과 노트, 펜을 꺼냈어요. 사날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그다음으로 각자의 수치심을 적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10분 동안 내 수치심 쓰고 읽는 경험을 함께했는데요. 하기 전까지는 짧은 시간 동안 뭘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꽤 많은 걸 적을 수 있더라고요. 특히 시간제한이 있어서 더욱 검열이나 판단없이 생각나는대로 후루룩 적게 되는거 같았어요. 쓰는 시간을 지나 자신이 쓴 글을 읽었는데요. 내 이야기를 읽는 것이기에 그때의 마음이 말소리로 입체적으로 전해졌어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할 때 그 사람의 어감이나 어투를 살린다든지, 어떤 문장에서 멈춰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목소리가 조금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지, 고요하게 가라앉았던 글이 낭독을 통해 살아나는 순간이었어요. 스스로도 글을 쓸 때는 차분하게 적었는데 낭독하니 그때의 마음이 느껴져서 자주 멈춰 울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했죠. 그리고 느꼈어요. 안전한 공간, 경청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한 경험이라는 걸 말이죠.
이번 라이츠를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상태를 부끄럽게 여기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요. 수치심을 느끼는 순간들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능력'에 대한 부분을 말했어요. 실제로 차별금지법에는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허나 우리 사회는 어릴 적부터 좋은 대학을 위해 달려가게 만들고, 좋은 학력을 취득하면 그것으로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으며 평생 인정받을거라 이야기합니다. 이는 능력으로 누군가를 차별해도 된다 혹은 차별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죠. 허나 라이츠에서 우리 모두가 능력에 대한 판단・평가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모습을 마주하며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라고 말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인정받기를, 일하지 않아도 일을 못해도 살아갈 수 있기를, 능력을 곧 자신의 존재가치로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서로 수치심을 말하고 듣고 공감한 이 시간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어요.
그때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창밖은 어두운데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 주변으로 노란 조명이 빛나고 창밖의 차소리가 백색소음처럼 퍼지며 조용히 돌아가는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선선한 밤바람이 볼과 팔을 스쳐가는 그때, 고개를 들어보니 골똘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들이 보였어요. 여기 내가 함께 있어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영원히 이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이토록 또렷하게 반짝이는 기억 덕분에 계속해서 라이츠의 빛은 켜질 거예요.
함께한 스피커들의 짧은 후기도 나눠요💌
“누구에게도 발화하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었던 라이츠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 시간을 통해 마음에 계속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도망치지 말고 잠시 멈추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배움을 얻었어요.”
“쓰고 낭독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낭독의 힘을 느꼈네요 ㅎㅎ 수치심이란 걸 알고나니 별 거 아니구나, 내가 핸들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물론 사회적인 영향도 있기 때문에 내가 거기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그걸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봐요.”
“상대를 재단하지 않는 안전한 사람들! 진심으로 이야길 듣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저녁 시간과 아늑한 공간의 분위기 덕분에 긴장감이 빨리 풀어질 수 있었어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겠구나, 그리고 조금 더 주변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