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낯선 누군가를 이해하게 해줘요

🏡⟨낯선 세계를 만나는 인터뷰⟩ 라이츠 서포터 고은 인터뷰



✦ 고은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공부하는 인터뷰어 고은입니다.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서 11년째 공부 중이에요. 동양고전을 공부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배운다는 게 뭔지 알게 됐어요. 거기에 우리가 나눠야 할 무언가가, 우리를 연결시켜줄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썼고, 책<어쩌다 유교걸>, <다른 이십대의 탄생>, <낭송 사자소학>을 함께 썼어요.



✦ 고은,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 게 뭐예요?


요즘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재밌어요! 저는 본래 고양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인간이었는데요. 작년에 마당에 들어온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지금은 함께 살고 있어요. 평생 개와 친하게 지내던 인간에게 고양이는 그야말로 ‘낯설고 기이한 존재’였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함께 산 지 일 년이 거의 다 된 지금까지도 일상 곳곳에서 고양이의 말과 고양이의 행동, 기분을 이해하는 중이에요. 이 낯선 존재와 가까워지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답니다. 지금은 고양이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항상 ‘-ㅅ-’ 인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더라고요 하하.



✦ 고은은 예전부터 모어데즈에서 보내는 혐오이슈 뉴스레터 모보이스를 구독하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보이스 읽으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발견한 순간만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아! 이거다!' 내가 필요로 했던 것, 세상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존하고 있어서, 그것도 아주 멋지게 존재하고 있어서 어찌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가 모보이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맨 앞부분이에요. 저도 예전에 뉴스레터를 보내본 적이 있는데, 앞부분 인사말에 할 말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모보이스의 인사말을 읽으면 뭐랄까, 에너지가 전달된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그 짧은 부분만 읽어도 연결되는 기분이 들어요. 가끔은 그 앞부분을 읽고 싶어서 메일함 속 모보이스를 클릭하기도 한답니다.



✦ 고은은 어떻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제 사주에는 식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식상은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는 능력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언제나 말하기보단 듣기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 멋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해보니 인터뷰어도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하더라고요. 결국엔 듣기도 많이 듣고 말도 많이 해야했지만, 출발은 듣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 고은의 첫 인터뷰는 무엇이었어요? 누굴 찾아가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첫 인터뷰는 마을서점 우주소년을 운영하는 현민이었어요. 현민은 저의 청소년 인문학 수업 학생이기도 했는데요. 성인이 되어서 청소년기를 보낸 마을에 남아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었어요. 현민은 마을 사람들이 너무 좋기도 하고 너무 싫기도 한데,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산다고 했어요. 그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이질적인 타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지혜를 현민에게서 배우고 싶었어요. 





✦ 저는 고은을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서문에서 ‘내가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물 참기, 같이 책 읽자고 제안하기, 몸이 부서지게 안아주기 정도밖에’라고 말한 부분이 맘이 아팠어요. 그러면서 이 책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이유가 친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일이라고 느껴졌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 궁금해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어요. 스러져가는 친구들 옆에 있으면서 자주 무력감을 느꼈어요.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될 것 같지 않고, 뭘 같이 하자고 해도 이 사회를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해왔고 또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게 그건 공부였는데요. 동양 고전을 공부하면서, 공부란 거대한 말이 아니라 내 옆 사람에게, 그들의 삶에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그래서 제가 옆 사람에게 배운 것들을 친구들과 나누자, 함께 살자는 마음을 거기에 실어보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 책 <함께 살 수 있을까>은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어요. 이 주제를 바탕으로 인터뷰한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인터뷰이를 어떤 기준을 갖고 찾았나요?


멋진 사람들은 세상에 정말 많은데요, 그중 이미 유명한 사람들은 담고 싶지 않았어요. 그들은 제가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세상에 보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니까요. 오히려 스스로 드러내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조금 더 어떤 상황에 깊이 침잠하기 위해 몰두하는 사람, 멋지게 다듬을 줄 아는 사람보다 한 발 뒤로 물러나 겸손하게 세상을 마주하려는 사람을 인터뷰하고자 했어요. 그들은 분명 멋진 지혜를 가지고 있는데 세상에 잘 보여주질 않으니, 누군가 대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터뷰로 무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과시키다보면 인터뷰어도 달라지는거 같아요. 고은은 이 인터뷰집 이후 새롭게 깨닫거나 배운 것이 있나요?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땐 정말 ‘이질적인 존재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궁금했어요. 또래 여성과 남성만 보더라도 함께 남은 세월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거든요. 인터뷰를 마치고 원고작업을 하며 이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있을까 없을까를 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하고 물어야 했더라고요. 인터뷰이들은 우리가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 이미 그러고 있다고 말해줬어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죠. 그걸 깨닫고 나니까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당위를 찾을 게 아니라,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 저는 예전에 아버지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2시간 동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그토록 이해할 수 없던 그가 자연스레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이 있어요. 고은도 인터뷰를 하며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인터뷰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면에서 정말 매력적인 작업이에요. 무지개신학교의 오늘 님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오늘 님이 여전히 기독교에 남아있다는 걸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채플에 갔다가 목사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잃고 쫓겨나게 되셨거든요. 그런데 오늘 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종교인의 마음이랄까 사명이랄까, 그런 걸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엔 다들 ’뭐가 되고 싶어?’하고 물어보잖아요. 하지만 어려서 서원을 받은 오늘 님은 일찍이 목사의 길로 들어서서 ‘어떻게 그걸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자문하고 계셨더라고요. 그 마음과 경험의 깊이가 너무 깊다보니 오늘날 주어지는 ‘선택의 자유‘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에는 ’나에게도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까지 했답니다.



✦ ‘혐오는 무지에서 시작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잘 모르기에 두려워하거나 쉽게 미워한다는 것인데요. 이 지점에서 인터뷰가 낯선 사람을 만날 좋은 방법이라며 라이츠 기획을 해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 궁금해요.


인터뷰는 마음껏 묻고 들을 수 있는 명분을 줘요. 일상적인 자리, 이를테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자리,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어렵잖아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관계가 이어지니까요. 그런데 인터뷰는 대놓고 ‘당신 이야기를 듣겠어요’ 선언하는 일이에요. 당당하게 ‘나는 당신을 잘 몰라요. 내게 당신에 대해서 알려줘요.’하고 들이댈 수 있는거죠.


저 또한 때때로 포비아가 되는 것을 느끼곤 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누군가를 혐오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 있어요. 정말 몰라서 그런거죠. 낯선 이들의 삶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고, 알아도 알아도 부족하니까요. 내가 모르는 이들에게 찾아가 당당하게 “당신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알고 싶다.”고 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아요. 만약 그 일이 멋지게 성사된다면,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넓고 깊어질 수 있어요.



✦ 만약 지금의 고은이 낯선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한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엄마를 인터뷰하고 싶어요. 요새 엄마가 자꾸 자기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더라고요. 100세 시대엔 노년이 되어서도 제2의 사춘기가 올 수 있는 거구나 싶어요. 엄마도 몰랐던 엄마의 모습, 제가 한평생 모르고 있었을 낯선 엄마의 모습을 들어보고 싶어요. 지난 세월 동안 복잡하게 쌓아왔을 엄마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는 중이랍니다.





✦ <낯선 세계를 만나는 인터뷰> 라이츠를 준비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각자 자신의 인터뷰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낯선 이들을 찾아서 노크하고, 인터뷰를 준비하고, 인터뷰 원고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7주라는 충분한 시간을 준비했고, 사이 사이에 적절한 과제를 안배했어요. 이 프로세스를 밟는 과정에서 저는 물론이고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인터뷰는 마음을 담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니까, 마음을 담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라이츠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도록요.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세계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뭐가 궁금한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기 보단, 궁금하다는 마음과 호기심, 그리고 그 세계를 최대한 수용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요. 우리네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해보고 싶은 사람이 와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채고 발굴하는 작업을 하게 될테니까, 어렸을 적 꿈이 고고학자였던 사람이 와도 재밌지 않을까요?



✦ 지금 생각했을 때, 라이츠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저 또한 라이츠를 통해 동료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동료들을 통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보고 싶고요. 저 혼자 넓힐 수 있는 세계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라이츠에서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넓혀주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마음 담아 듣다보면 분명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스피커는 라이츠의 참가자이자 인터뷰어이기도 하지만, 제가 귀기울여 들을 저만의 인터뷰이이기도 하답니다. 당신이 다른 세계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내는 시간을, 그렇게 쓰여질 당신의 이야기를 제가 마음 담아 들을게요. 그 마음과 시간, 이야기를 내어줄 당신에게 미리,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낯선 세계를 만나는 인터뷰✨라이츠 (링크)

인터뷰로 낯선 세계를 만나봐요

공부하는 인터뷰어 고은과 

7주 동안 한 편의 인터뷰를 완성하고

다정한 피드백을 나눠요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고은 @goeunk1m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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