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 라이츠 서포터 혜리 인터뷰
✦ 혜리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봉봉오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또한 동물권 활동가이기도 해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돌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평소엔 그림을 그리지만, 한 달에 한 번 동물들이 학살되는 현장에 가서 기록을 남기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 게 뭐예요?
저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요. 아무래도 평소에 화낼 일이 많아서(?) 심신을 이완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또 몸이 필요로 하는 게 느껴져요. 책 작업을 하면서 좀 놓긴 했지만, 요가를 좋아하고요, 수영은 꽤 오래 꾸준히 하고 있어요. 수영할 땐 숨이 차고, 힘드니까 잡생각을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요.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 일러스트레이터로 동물을 그리고 있잖아요. 동물을 그리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본격적으로 동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2022년이었어요. 당시 <Untied>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준비했는데요, 묶이지 않은 동물, 구속되지 않은 자연을 담은 전시였어요. 전시를 준비하며 새벽이를 꼭 담고 싶었고, 새벽이생추어리에 연락을 하게 됐어요. 처음 목적은 촬영이었는데, 운영 활동가가 한 번씩 돌봄을 오는 것에 대해 제안해주었고,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네요.
✦ 동물을 그리고 나누며 다양한 반응을 마주할텐데요. 그중에 불편한 시선도 있잖아요. 이를 마주할 때 어떤 마음인지, 이걸 바꾸기 위해 어떤 작은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돌봄을 시작하던 해, 동네에서 우연히 친해진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 고양이를 돌보다 다른 무리의 존재도 알게되었고요. 일상의 꽤 많은 시간을 고양이 돌봄에 할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게 되었어요. 문제는, 이들이 주체적인 생명이 아닌 귀여운 대상으로 소비된다는 거였어요.
그로부터 1년 쯤 지났을 때, 비질*을 처음 가게 되었어요. 가기 전에 긴장도 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저는 차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집에 왔는데, 다음 날부터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웃고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고, 이전까지 평화로운 그림이 주로 올라갔던 SNS에 본격적인 동물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어요.
반응은 즉각적이었어요. ‘귀여운’ 그림에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 하던 사람들이 탈탈 털려 나갔어요. 예상은 했지만 팔로워가 쭉쭉 내려가는 걸 보니까 아, 정말 대중에겐 이게 너무나 불편한 이야기구나 느꼈어요. 제가 올린 스토리에 대해 ‘트리거 워닝’이 없어서 불만이라는 메시지도 받았고요. 한편으론 오기가 생겼어요. ‘얼마나 더 떨어지나 보자’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저의 우울과 좌절과 분노를 견뎌주는(?) 팔로워분들께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비질은 도살장 앞을 찾아가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활동입니다. 죽음 직전 12시간 넘게 물조차 마시지 못한 동물들에게 마지막 물과 먹이를 주며 그들의 건강 상태들을 살피고 기록합니다. 이는 캐나다 동물권단체 ‘토론토 피그세이브'가 2010년 처음 시작해 현재 전세계적인 동물 해방운동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출처 : “더는 뺏길 게 없는 도살장 앞 흰 소… ‘비질'은 계속된다” 한겨례 칼럼)
✦ 최근 책 <지구에 살 자격>을 만들고 텀블벅 펀딩을 했잖아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돌본 이야기와 군포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고양이들을 돌본 이야기를 엮었죠. 하나씩 이야기해도 할 말이 많을 텐데 이 두가지를 교차해 책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요.
고양이와 돼지를 동시에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두 동물이 처한 상황들이 비교되기 시작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 동물을 돌볼 때와 저 동물을 돌볼 때가 너무 다른거죠. 두 동물을 향한 혐오의 색깔도 전혀 달랐고요. 그럼에도 두 동물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건 ‘기후위기’라는 문제였어요. 기후위기 아래 두 종은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걸 하나로 엮어보고 싶었어요.
고양이와 돼지의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둔 것은 두 동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고 싶은 시도였어요. 동물권 안에서도 고양이 돌봄은 의견이 분분하고, 저 역시 과거엔 고양이 돌봄에 대해 ‘고양이만 귀여워하는 종차별적 행동’이라 선을 긋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생각보다 이게 단순히 애호의 문제로 치부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에겐 ‘먹는 동물’에게까지 동물권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저의 책을 동물권과 고양이 ‘애호’라는 벌어진 간극을 좁혀보려는 시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동물을 직접 돌보며 그리는 그림이라, 매번 혜리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가벼이 넘기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있어요. 나와 다른 동물을 돌보면서 깨닫고 배운 점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많은 돌보미들이 공감하겠지만, 저 역시 동물을 돌보며 생태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고요. 나는 왜 동물들처럼 살지 못하는 건가, 왜 지구를 망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지 하고요.
✦ 동물을 그리며 중요한 걸 말하는 일에 순간 순간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나요?
사실 동물을 그리면서 느끼는 감정이 만족감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제가 그리는 동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이 인간으로부터 받는 피해와 그에 대한 부정의함에 대해 저는 계속 복기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린 그림과 글을 통해 누군가 그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문제가 있다’고 동의해 줄 때 힘을 얻어요.
✦ ‘성차별과 종차별이 같다'라는 말에 충격받아 공부하며 동물을 돌보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억압된 몸'이 여성에서 동물로 확장되었는데, 이후 더 많은 존재들이 ‘억압된 몸'으로 다가왔을거 같아요. 어때요?
동물권 문제를 공부하고 나서 깨달은 건, 모든 몸에 대한 억압의 시작은 결국 동물이라는 거예요. 전 세계 고문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국제앰네스티 보고가 있어요.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전기 충격인데요, 이것 자체가 과거 미국에서 동물에게 사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다고 해요.
어떤 인권 담론에 대한 책을 읽어도, 차별에 놓인 대상에 동물을 넣으면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인종차별의 역사를 다룬 책이나 페미니즘 책에서 저는 동물이 보여요. 지금은 동물과 장애의 교차성에 대해 더 들여다보고 싶어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고 장애에 대한 억압에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 <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 라이츠를 함께 기획했어요. 우리가 억압된 몸을 그리고, 해방된 몸을 상상해 그리는 건 왜 중요할까요?
새벽이를 구조한 활동가들이 쓴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새벽이생추어리는 지상낙원도 아니고 동물해방도 아니라고. 하지만 동물해방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추어리에서 저는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 부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억압된 몸을 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몸이 해방된 모습을 통해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라이츠를 준비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동물권에 비해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부족함을 느껴요. 그래서 동물권과의 교차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라이츠에 어떤 배경을 가진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오실지 모르니까 그 점이 긴장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해요.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내가 싸우고자 하는 문제가 너무 거대해 보여 막막한 분, 정제된 언어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지친 분, 억압과 차별에 대해 하소연하고 싶은 분,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마음으로 연대하고 싶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 지금 생각했을 때, 라이츠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사실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러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건 좋더라고요. 저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의 생각이 확장될 수 있을 것 같고, 저도 다른 이들에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배우는 수업도 아니고, 생각을 검열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자신이 생각하는 억압된 몸, 그것이 인간의 몸일 수도, 비인간의 몸일 수도 있겠죠. 억압에 대해 표현하고, 그를 해방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라요.
🏡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라이츠 (링크)
억압된 몸을 만난 이야기 나누고
억압된 몸을 그리고 해방된 몸을 상상해요
자유롭게 표현하고 마음을 나눠요
🗓️ 4월 10일 수(총선 당일) 오후 4시
🏡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뚝섬역, 서울숲역 근처)
👥 최소 5명~최대 10명
🎟️ 3만원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혜리 @bonbonohri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 라이츠 서포터 혜리 인터뷰
✦ 혜리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봉봉오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또한 동물권 활동가이기도 해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돌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평소엔 그림을 그리지만, 한 달에 한 번 동물들이 학살되는 현장에 가서 기록을 남기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 게 뭐예요?
저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요. 아무래도 평소에 화낼 일이 많아서(?) 심신을 이완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또 몸이 필요로 하는 게 느껴져요. 책 작업을 하면서 좀 놓긴 했지만, 요가를 좋아하고요, 수영은 꽤 오래 꾸준히 하고 있어요. 수영할 땐 숨이 차고, 힘드니까 잡생각을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요.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 일러스트레이터로 동물을 그리고 있잖아요. 동물을 그리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본격적으로 동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2022년이었어요. 당시 <Untied>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준비했는데요, 묶이지 않은 동물, 구속되지 않은 자연을 담은 전시였어요. 전시를 준비하며 새벽이를 꼭 담고 싶었고, 새벽이생추어리에 연락을 하게 됐어요. 처음 목적은 촬영이었는데, 운영 활동가가 한 번씩 돌봄을 오는 것에 대해 제안해주었고,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네요.
✦ 동물을 그리고 나누며 다양한 반응을 마주할텐데요. 그중에 불편한 시선도 있잖아요. 이를 마주할 때 어떤 마음인지, 이걸 바꾸기 위해 어떤 작은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돌봄을 시작하던 해, 동네에서 우연히 친해진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 고양이를 돌보다 다른 무리의 존재도 알게되었고요. 일상의 꽤 많은 시간을 고양이 돌봄에 할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게 되었어요. 문제는, 이들이 주체적인 생명이 아닌 귀여운 대상으로 소비된다는 거였어요.
그로부터 1년 쯤 지났을 때, 비질*을 처음 가게 되었어요. 가기 전에 긴장도 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저는 차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집에 왔는데, 다음 날부터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웃고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고, 이전까지 평화로운 그림이 주로 올라갔던 SNS에 본격적인 동물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어요.
반응은 즉각적이었어요. ‘귀여운’ 그림에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 하던 사람들이 탈탈 털려 나갔어요. 예상은 했지만 팔로워가 쭉쭉 내려가는 걸 보니까 아, 정말 대중에겐 이게 너무나 불편한 이야기구나 느꼈어요. 제가 올린 스토리에 대해 ‘트리거 워닝’이 없어서 불만이라는 메시지도 받았고요. 한편으론 오기가 생겼어요. ‘얼마나 더 떨어지나 보자’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저의 우울과 좌절과 분노를 견뎌주는(?) 팔로워분들께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비질은 도살장 앞을 찾아가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활동입니다. 죽음 직전 12시간 넘게 물조차 마시지 못한 동물들에게 마지막 물과 먹이를 주며 그들의 건강 상태들을 살피고 기록합니다. 이는 캐나다 동물권단체 ‘토론토 피그세이브'가 2010년 처음 시작해 현재 전세계적인 동물 해방운동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출처 : “더는 뺏길 게 없는 도살장 앞 흰 소… ‘비질'은 계속된다” 한겨례 칼럼)
✦ 최근 책 <지구에 살 자격>을 만들고 텀블벅 펀딩을 했잖아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돌본 이야기와 군포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고양이들을 돌본 이야기를 엮었죠. 하나씩 이야기해도 할 말이 많을 텐데 이 두가지를 교차해 책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요.
고양이와 돼지를 동시에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두 동물이 처한 상황들이 비교되기 시작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 동물을 돌볼 때와 저 동물을 돌볼 때가 너무 다른거죠. 두 동물을 향한 혐오의 색깔도 전혀 달랐고요. 그럼에도 두 동물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건 ‘기후위기’라는 문제였어요. 기후위기 아래 두 종은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걸 하나로 엮어보고 싶었어요.
고양이와 돼지의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둔 것은 두 동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고 싶은 시도였어요. 동물권 안에서도 고양이 돌봄은 의견이 분분하고, 저 역시 과거엔 고양이 돌봄에 대해 ‘고양이만 귀여워하는 종차별적 행동’이라 선을 긋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생각보다 이게 단순히 애호의 문제로 치부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에겐 ‘먹는 동물’에게까지 동물권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저의 책을 동물권과 고양이 ‘애호’라는 벌어진 간극을 좁혀보려는 시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동물을 직접 돌보며 그리는 그림이라, 매번 혜리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가벼이 넘기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있어요. 나와 다른 동물을 돌보면서 깨닫고 배운 점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많은 돌보미들이 공감하겠지만, 저 역시 동물을 돌보며 생태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고요. 나는 왜 동물들처럼 살지 못하는 건가, 왜 지구를 망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지 하고요.
✦ 동물을 그리며 중요한 걸 말하는 일에 순간 순간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나요?
사실 동물을 그리면서 느끼는 감정이 만족감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제가 그리는 동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이 인간으로부터 받는 피해와 그에 대한 부정의함에 대해 저는 계속 복기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린 그림과 글을 통해 누군가 그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문제가 있다’고 동의해 줄 때 힘을 얻어요.
✦ ‘성차별과 종차별이 같다'라는 말에 충격받아 공부하며 동물을 돌보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억압된 몸'이 여성에서 동물로 확장되었는데, 이후 더 많은 존재들이 ‘억압된 몸'으로 다가왔을거 같아요. 어때요?
동물권 문제를 공부하고 나서 깨달은 건, 모든 몸에 대한 억압의 시작은 결국 동물이라는 거예요. 전 세계 고문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국제앰네스티 보고가 있어요.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전기 충격인데요, 이것 자체가 과거 미국에서 동물에게 사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다고 해요.
어떤 인권 담론에 대한 책을 읽어도, 차별에 놓인 대상에 동물을 넣으면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인종차별의 역사를 다룬 책이나 페미니즘 책에서 저는 동물이 보여요. 지금은 동물과 장애의 교차성에 대해 더 들여다보고 싶어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고 장애에 대한 억압에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 <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 라이츠를 함께 기획했어요. 우리가 억압된 몸을 그리고, 해방된 몸을 상상해 그리는 건 왜 중요할까요?
새벽이를 구조한 활동가들이 쓴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새벽이생추어리는 지상낙원도 아니고 동물해방도 아니라고. 하지만 동물해방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추어리에서 저는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 부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억압된 몸을 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몸이 해방된 모습을 통해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라이츠를 준비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동물권에 비해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부족함을 느껴요. 그래서 동물권과의 교차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라이츠에 어떤 배경을 가진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오실지 모르니까 그 점이 긴장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해요.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내가 싸우고자 하는 문제가 너무 거대해 보여 막막한 분, 정제된 언어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지친 분, 억압과 차별에 대해 하소연하고 싶은 분,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마음으로 연대하고 싶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 지금 생각했을 때, 라이츠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사실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러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건 좋더라고요. 저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의 생각이 확장될 수 있을 것 같고, 저도 다른 이들에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배우는 수업도 아니고, 생각을 검열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자신이 생각하는 억압된 몸, 그것이 인간의 몸일 수도, 비인간의 몸일 수도 있겠죠. 억압에 대해 표현하고, 그를 해방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라요.
🏡억압된 몸, 해방된 몸 그려요✨라이츠 (링크)
억압된 몸을 만난 이야기 나누고
억압된 몸을 그리고 해방된 몸을 상상해요
자유롭게 표현하고 마음을 나눠요
🗓️ 4월 10일 수(총선 당일) 오후 4시
🏡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뚝섬역, 서울숲역 근처)
👥 최소 5명~최대 10명
🎟️ 3만원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혜리 @bonbonohri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