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감상은 실천이 될 수 있어요

🏡⟨전시를 무대로 혐오문제 말해요⟩ 라이츠 서포터 파랑 인터뷰



✦ 파랑 반가워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파랑입니다! 저는 여러 박물관에서 일해왔고, 현재는 사람들이 전시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전시 자문,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프로그램 자문을 했습니다. 전문가의 태도보다 애호가의 태도를 사랑하고 다양한 존재들을 대화의 방식으로 만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 파랑, 요즘 일상에서 재밌는게 뭐예요?


요새 재미있는 건 요가입니다. 하고나면 두통과 어깨 통증이 사라지니까 기대하게 됩니다. 오늘 저녁에도 요가를 갑니다! 기대돼요. 손으로 쓰는 기록도 즐겨요. 만년필을 새로 구입했거든요. 새 수첩에 새 펜으로 이런저런 기록쓰면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 파랑은 예전부터 모어데즈를 지켜보며 응원해주었잖아요. 라이츠에 참여도 했죠! 모어데즈의 이야기・경험 중 인상깊었던 걸 나눠줄래요?


모어데즈의 행보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꾸려가는 무수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언제나 나인데, 사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서 매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무수가 해온 자취를 살피면, 뭔가 용기 있어지고, 너그러워지고, 감사한 것들이 생깁니다. 나답게 사는 일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배우고 싶은 점들도 있고요. 뉴스레터 중에서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솔직하고 필요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공감이 되었어요. 


라이츠에는 사월날씨가 이끄는 수치심을 주제로 한 자리에 참여했었어요. 수치심이라니, 그걸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겠다는 사람과 지지해주겠다는 사람이 만나는 자리잖아요. 어려운 자리였고 그만큼 밀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느꼈어요. 





✦ 파랑이 자신을 소개할 때,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는 게 뭐고 그게 왜 중요한가요?


저는 전시물 사이에서 “이건 어때요?"라고 사람들에게 말을 붙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전시물에 자기 의견을 포스트잇으로 붙이듯 대답을 하는 거에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쓴 문장입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은 어쩐지 그 아래 설명문으로만 두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전시를 만드는 사람은 전시물을 통해 대화가 만들어지기를 원하거든요.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 대화의 과정을 돕는다 사람이니까 그렇게 표현해 보았어요.


전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 나도 잘 몰랐던 내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예술이라던가, 감상이라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으레 남들과 비슷하다,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 입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그럴 때 전시와 작품에도 더 큰 의미가 생겨요. 왜냐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건 이 작품을 살피게 만드는 이유가 되거든요. 그건 전시와 전시물이 좋다는 평가가 될 수도 있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받을 기회가 됩니다. 사람들을 만날 수록 전시물의 영향력과 의미는 더 공고해지고요. 감상을 붙이는 일은 개인에서 사회로 의견이 멀리 넓게 확장되는 과정인거죠.



✦ 박물관에서 일해오며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잖아요. 특히 <전시독후감>은 저도 참여하며 무척 재밌고 흥미로웠어요! 이걸 기획하게 된 이야기 나눠줄래요?


때는 제가 처음 박물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종의 나의 전문성에 대한 탐구로 시작했어요. 미대를 졸업한 내가 박물관에서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당시에 근현대사박물관에서 인턴을 시작했는데, 역사라는 게 초등학생부터 노년까지 관심이 있는 분들은 며칠 공부한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과연 내용을 잘 아는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어요. 


그 시기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되었던 <노인>전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4명의 노인이 나오는데, 모두 할아버지들이었어요. 사실 전시가 이어지는 줄 알고 다음 전시관을 한참 찾았답니다. 저는 노인이 되면 할머니가 될테니, 당연히 전시가 되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국립박물관의 전시는 역시 역사가 될 텐데 어쩐지 좀 씁쓸해졌어요. 덕분에 전시를 보고 배움만을 찾았던 태도를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감상이 꼭 좋은 경험으로 마무리 될 수는 없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나의 질문을 제대로 보여줄 무엇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그렇게 2016년에 질문은 2019년에 전시독후감이라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답니다.





✦ <전시독후감>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가 궁금해요. 함께하며 무엇이 즐거웠다고 말해주던가요?


“모든 전시를 흥미롭게 만들어준 전시독후감” 이 감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떤 전시든 뜯어볼 시각과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말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가 함께 전시보기를 지속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감상을 듣는 일은 작품, 전시, 사회를 보는 새로운 감각으로 이끕니다. 내 생각과 시각 밖에 이런 감상도 존재함을 아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더라고요.



✦ <전시독후감> 운영자로서 프로그램 이끌며 만족감을 느낄거 같은데 어때요? 이 일의 보람을 느낀 순간을 말해줘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는 누군가에게 일을 제안받을 때 마다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가 돈을 받고 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확인 받으니까요. 그것보다 만족스러운 건 반복된 구직에서는 선택을 받아야 일을 지속 할 수 있었다면, 내가 만든 일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일들 역시 완전히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벌리는 일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과거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숨통이 트여요.



✦ 전시는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인데, 이를 함께 했을 때 우린 어떤 경험을 나눌 수 있을까요? 


제가 제안하는 전시관람은 독서모임과 유사합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대화를 하는 과정처럼 전시를 관찰하고, 밑줄 긋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밟으면 됩니다. 저는 전시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분석 할 수 있는 기준, 질문, 시간을 드릴 뿐이죠. 전시 관람은 피곤한 일이에요. 전시를 경험하는 건 눈을 굴리는 일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아무리 전시를 꼼꼼히 살피는 사람도 3시간 이상 관람을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가진 한정된 체력과 시간을 아껴서 감상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요. 함께 전시를 분해하고 재조립해보자고요. 분명 더 넓은 감상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라이츠 함께 기획하며 파랑이 ‘편향된 언어,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동안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게 어떤 말인지 이야기 해줄래요?


우리가 함께 전시와 작품을 평가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만한가요?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자세를 낮춰왔으니까, 약간 과시적으로 해봐야 중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도록 과정과 경험을 나눠요.


학예사든, 큐레이터든, 도슨트든 말과 글을 정리해서 한정된 상황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되고요. 그 과정을 거치면 어쩐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 중립적인 언어라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요약과 강조는 이미 편향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객관이라고 믿는 것들 역시 편향적인 정치적 발언의 하나 입니다. 전시를 곧장 인정하고 수긍하는 일 말고도 다른 반응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종류의 편향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역시 한계없이 모두 털어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무수한 갈래가 있다는 사실을 서로를 통해 살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시공간이나 작가의 공식적인 허락이나 인정 밖에서 이야기하는 현장을 함께 만들어봐요. 아마 우리가 나누는 것들은 대체로 누더기 일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더 많은 말과 글이 허용된 이후에 정돈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흐름이라는 건 그래야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터져나오고 의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차오르면서요. 





✦ 라이츠를 준비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전시 감상이 실천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싶어요. 안전한 울타리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을 꺼내 놓을 때, 서로 더 솔직하고 편안해지니까요. 그 장소가 폐쇄된 어딘가가 아니고 널리 알리겠다고 존재하는 전시 공간 안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곳으로 이야기가 가도 된다는 신호처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이츠라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좀 우려되는 점은 제가 모든 혐오 이슈에 능숙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역시 삐걱댈 거에요. 다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스피커들의 의견을 내치거나 비판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지킬게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아마 프로그램이 끝나면 숙고의 방식으로 반응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런 상황들을 조우해야 저 역시 달라지고 배울 수 있으니까, 감수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라이츠에 어떤 스피커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전시를 통해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함께 하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나눌 동료 시민을 만나고 싶어요. 실천은 거리의 행진도, 단체를 위한 후원도 있지만  희미하고 개방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구체적인 얼굴을 만드는 것 역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전시를 통해 ‘우리’를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면, 이후의 행동과 실천은 더 단단한 자세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지금 생각했을 때, 라이츠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요?


잘 요약된 무엇을 전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삐쭉하게 보이는 것 그대로를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모양을 이리저리 잘 봐주고 함께 세공해 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어떤 단어들로 이 사회와 세계를 묘사할지 궁금하고 그 언어들을 통해 저도 더 넓게 살필 수 있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곧 만날 스피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꽤 오래전부터 무수와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제가 어떤 형태로 라이츠 서포터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가 될까 싶었는데, 이렇게 자리를 만들게 되어서 기뻐요. 만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전시를 무대로 혐오문제 말해요✨라이츠 (링크)

'감상자'라는 주인공이 되어

'전시'라는 무대에 올라

전시 감상을 바탕으로 혐오문제 말해요


🗓️ 4월 21일 일 오후 2시 30분

🏡 수원시립미술관

👥 최소 5명~최대 10명

🎟️ 44,000원(입장료 4,000원 포함)



함께한 사람들

• 라이츠 서포터・인터뷰이 : 파랑 @yhgh0000

• 인터뷰어 : 무수 @musu.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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