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대화와 솔직한 침묵, 라이츠가 만든 장면이에요

🏡 2024년 4월 21일, <전시를 무대로 혐오문제 말해요> 라이츠에서 함께한 순간을 나눕니다




만나서 우리가 되는 일 

✍️ 라이츠 서포터 파랑



지난 4월 21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원데이 라이츠 ‘전시를 무대로 혐오문제를 말해요’가 무탈히 끝났어요. 이번 프로그램은 본래 개인적으로 진행해 온 ‘전시독후감’ 위에 새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시독후감은 전시 모임도 독서 모임처럼 함께 이야기하며 감상을 나누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몇 해 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기쁜 일도 있었고 아쉬운 일도 마주했는데요. 아쉬움 중 하나가 바로 ‘솔직한 대화'였어요. 하지만 그건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전시를 경유하지만 결국은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대화하고 싶었어요. 이번에도 저는 제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무대를 준비해 봤습니다. 모어데즈와 함께 하면 그런 장면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답니다.



초대에 응한 사람들은 역시나 멋지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탁자에 둘러앉은 인원은 7명. 저는 그날 함께 했던 사람들을 '우리'라고 부릅니다. 또 그렇게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고 생각을 묻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전시 안의 이야기만 나눈 것이 아니라 전시 밖의, 현실의, 나의 이야기로부터 무엇이 어떻게 보였는지 말해주셔서 저는 정말로 좋았어요. 스피커의 몸과 눈을 통과한 전시는 흥미롭고 괴롭기도 했습니다. 어떤 작품은 너무 자신 같아서 오래 볼 수 없었고 어떤 작품은 꼭 자신의 이야기라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 주목하는 전시물도 참 달랐는데요. 얼마 없는 시간 동안 꼼꼼하게 옛 기사를 읽고 요약해 준 스피커 덕분에 전시 기획자가 보여주고 싶은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현재를 살필 수도 있었어요.



동시에 솔직한 침묵을 만날 수도 있었어요. 답할 수 없는 것을 자꾸 독촉하기도 싫고요. 준비되지 않은 솔직함을 종용하는 것도 지치니까요. 할 수 있는 만큼만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수용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미디어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이 참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그건 적극적인 라이츠가 만들어낸 장면인데 말이죠. 전시를 토대로 나의 조각을 내어 보이고 연결된 희미한 우리를 만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면 반갑게 어디서도 못 꺼낼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만들어내요. 저는 ‘우리'가 될 라이츠를 기다릴게요.






두려운 처음이 지나면 커다란 목소리가 됩니다

✍️ 서포터의 서포터 무수



라이츠가 열리는 날, 서포터 파랑을 수원역에서 만났어요. 시작은 2시 30분이었지만, 파랑은 그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해서 저도 함께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원역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파랑은 라이츠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미리 전시 경험을 정리한 시나리오가 빼곡히 적힌 종이가 너덜너덜했어요.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서포터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 감히 상상하기 할 수 없겠구나, 깨닫는 순간이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곁에서 ‘이미 충분하다, 잘하고 있다, 나도 함께 도움을 줄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응원이었습니다. 기억으론 그걸 가득 주려고 했는데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원시립박물관 1층 회원라운지에 앉아 한 분, 한 분 찾아오는 라이츠 스피커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서로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 라이츠 안내, 전시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다함께 이동해 파랑의 친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전시를 전체적으로 감상했습니다. 그 후 각자 자유롭게 전시를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스피커들의 감상을 지켜보았는데요. 작품을 보며 골똘해지는 모습, 남기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는 모습, 한 자리에 오래 서서 머무는 모습, 그 오롯한 시간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떤 경험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을까,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마음이 느껴질까,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다함께 모여 인상깊은 작품을 나누고 ‘여성의 일' 주제를 품고 있는 전시와 연결지어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전했던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전시 작품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가사노동, 돌봄노동은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전시 관람 후 이 노동에 대해 달라진 감상이 있나요?”


이 질문에 한 분은 일하며 가족을 돌보는 상황과 나 역시 돌봄받고 싶은 마음을 나누어주었고요. 돌봄이 사회에서 가치있게 여겨지지 않으니 나를 돌보는 것도 자꾸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 한국에서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다운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하나의 질문이 스피커들의 목소리로 커지고 넓어지고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고 있다고 느꼈어요.


뭐든지 처음이 어렵잖아요. 두려운 처음이 지나면 작은 목소리는 어느새 커다란 목소리가 됩니다.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동시에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모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해본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모이는 라이츠는 혐오문제를 말하는 그 처음을 함께 시작하는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같이 처음을 지나 두번째도, 세번째도 계속 나누고 싶어요. 또 만나요! 라이츠에서






함께한 스피커들의 짧은 후기도 나눠요💌



“함께 전시를 감상하는 방법을 배웠고요. 라이츠를 경험하며 앞으로 여성의 노동, 혐오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 보고 싶어졌어요!”


“혐오는 무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무지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배우면 되니까. 배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선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말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것. 내 생각을 존중받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의 자리가 정말 좋았다. 서로 존중하기로 약속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을 마련하는 라이츠가 참 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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